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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일기

일기(20170705)

1. 수업 준비란 무엇일까?
 수업 준비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교과서의 내용을 어떻게 잘 전달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꼭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나 이 관점에서 교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소극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업을 준비한다고 할 때, 그 이상의 것은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도 있고, 수업에 활용할 활동을 구상하거나 도구를 준비할 수도 있겠다.

 나는 항상 "어떤 질문을 할 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수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수학적사고를 자연스레 하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서 적절한 예시나 교사의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차방정식, 이차함수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예로 들어 보자.
 판별식을 적용하는 방법만 알려주면 5분안에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근의 공식을 통해 판별식을 직접 유도하도록, 계수가 허수일 때 판별식을 쓸 수 있을 지 궁금해하고 이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계수가 허수더라도 중근임을 따지는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따져보도록 한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바로 문제 푸는 것 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끔 시간과 틈을 주면 학생들이 더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 또 꽤나 멋진 대답들을 한다!

 다른 선생님들은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하는 지, 어떤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궁금하다. 결국 "수업을 통해 가르치고 싶은 것이 무엇인 지, 수업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 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2. 침묵으로 가르치기
 설명을 통해 문제 풀이 방법을 익히게 하고 개념을 이해시킬 순 있지만, 사고력을 길러주거나 호기심을 갖게 할 순 없다.

 이번 반학기 동안 1. 어려운 문제를 골라 내가 설명하거나 2. 학생들을 발표시키거나 3. 각자 자유롭게 문제 풀도록 하거나 해보았다. 사실 애들이 숙제를 잘 안해와서, 수업시간 외에는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냥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게 하려고 3을 했던 건데 의외로 학생들이 몰입을 제일 잘한다. 30분 정도 문제를 풀도록 하고 돌아다니면서 몇몇 친구들 도와주는데, 교사든 학생이든 앞에서 말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한다ㅋㅋ 모르는 걸 곧 잘 물어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맞다 아니다하면서 고쳐가기도 하고 가끔은 나이스한 질문도 한다.("쌤, 루트안에 i가 들어가도 되요?") 내가 말 수를 줄일수록 학습이 일어난다. 학습자가 높은 참여도와 자유도를 가질 때 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1.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틀려도 부끄럽지 않은 환경 2. 약간 어려운 수준의 문제들이 제일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1을 위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말하는 것처럼 항상 학생을 존중하려한다.

 그런데 사실 약간 소란스러워서 신경쓰이는 반이 하나 있긴하다! 부드럽게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존중받고, 필요할 땐 조용히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계속해서 소란스러우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며 문제푸는 때와 조용할 때를 명확히 구분해줄 신호 같은 걸 만들어봐야겠다.

 핀켈의 '침묵으로 가르치기'를 주문해봐야겠다.

3. 자연과학과 예술
 둘은 이질적이지만 분명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설명은 못하겠지만, 통합적인 안목, 직관 이런게 분명 관련 있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 과학자는 다른 과학자보다 예술활동을 취미로 갖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음악은 2배, 미술은 7배, 공예는 7.5배, 공연은 22배라고 한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 어서 이 관련성의 실체를 알고 싶다 ㅋㅋ

 그 실체를 알게 된다면 수업할 때, 수학 수업 도입에서 예술을 이용할 수도 있고, 수학 수업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