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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일기

일기(20170730)

남에게 보여지는 수업은 항상 부담스럽다. 벗은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지는 기분이랄까. 특히 공식적인 자리일 땐 더 그렇다. 적당히 준비하고, 어서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준비하다보니까 수업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뭐 일단 끝났다는게 더 의미 있을 수도 있지만!

1. 다른 과목 선생님과 수업 나눔하는 것도 좋다.
 비공식적이라도 누군가에게 내 수업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수업을 공개하고 서로 고민을 나누는 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학선생님이랑 하는 건 물론이고, 다른 과목 선생님이랑 고민을 나누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교육과정이나 교과에서 얽매이지도 않고, 수학 선생님보다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생각지 못한 과목간 통합의 포인트를 찾게 될 수도 있다.

2. 수업 스타일을 좀 더 다양하게 해볼까..
 교과서 스타일? 수능 수업 스타일?의 설명-예시-연습문제 방식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 수학수업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업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한 번도 도전해본 적이 없다. 지금 학교에서만큼은 수능을 신경쓰지 않고 다양한 수업을 해볼 수 있으니까 기회를 살려보고 싶다. 음 그런데 내 생각이 너무 갇혀있는 건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지 상상이 잘 안된다. 핑계긴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 은 새로운 방식으로 의미있게 수업하는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남들 수업을 구경해보고 싶다.

3. 활동은 치밀하게 설계하기..
 난 수업에서 학생들이 무엇인가 궁금증을 갖게하고 스스로 그걸 해결해보려하는 경험을 주는 걸 제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동안 이를 위해서는 발문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여지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활동을 만들어 보았는데, 발문 뿐 아니라 활동도 되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건 학생들 입장에서 유의미한 탐구가 일어나려면 정말 꼼꼼하고 치밀하게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활동을 설계해야한다. 활동을 만들어본 경험이 적어서 처음엔 엄청 열린 형태로 활동을 만들려했는데, 내 생각보다 못 따라올 학생이 많을 수 있겠다는 걸 느꼈다.
 활동을 만들 땐 대충 뚝딱 뚝딱 만들어선 안된다ㅠㅠ

4. 수업의 강약이 꼭 있어야하나?
 예전부터 항상 듣던 말이, 목소리 톤이 일정한 편이라 강약이 잘 안느껴지고, 수업의 각 단계가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이걸 어떻게 고쳐야할 지도 모르겠고 꼭 고쳐야하는 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영화 덩케르크를 봤는데, 영화에 기승전결이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정도의 긴장을 갖고 흐르듯 감상하다보니 끝났다. 그런데도 영화가 재밌었다! 전쟁 중에 살아남기가 참 쉽지 않구나 싶었고, 영화의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더 찾아보게 된다.
 수업에서도 각 단계가 잘 나뉘어져야하고 목소리의 강약이 있어야하는게 필수적인걸까? 약간 오바하면서 강조하거나 농담하면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그런 쇼맨쉽이 없어서인지, 업다운이 있는 수업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텐션으로 차분하게 수업하고 싶다. 실제로 내 수업은 상당히 차분한 편인데, 다행히 학생들이 지루해하진 않는 것 같다. 다른 선생님이 전해주시길 젤 많이 잔다는 반 학생들이 내 목소리는 분명 졸린 목소린데 왠지 안 졸린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이번 방학 때는 다음 학기 수업을 미리 좀 준비해봐야겠다.(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