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시, 3차시 수업일기) 이차방정식의 근과 판별식

틈틈히 수기로 남겨둔 흔적을 포스팅해보자. 벌써 1~2주전 수업이다. 잊기전에 기록을 하자.

1.
새로운 환경에 오자마자 쉴 틈 없이 수업을 하게 되었다. 환경에 적응하랴 학생에 적응하랴 바쁘다. 중간에 선생님이 바뀐다는 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학생에게도 그렇고 나에게도 그렇다. 내가 어떻게 하든 이전 선생님이 그립기도 할 것이고, 나와 이전 선생님의 장단점이 비교도 될 것이다. 특히 이전 선생님이 워낙 열정적이셨기에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는 그런 좋은 부담감이다.

일단 일주일동안 "학생들이 문제풀이 연습은 안 되어있지만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잠재력이 크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새로운 선생님 버프인지 잘 집중해주고 대답도 잘해서 좋다.

2.
근의 공식을 가볍게 복습하고, 실근/허근를 정의하고, 판별식을 유도해내는 수업이었다.

도입부분을 평소보다 신경써서 준비했던 수업이다. "페이퍼 글라이더"을 날리는, 엄청 잘나는 영상을 보여준 후, 내가 중학생 때 열심히 날렸으나 잘 날지 못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상승기류가 발생하는 30m이상 높이로 던지면 글라이더가 잘 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처음에 얼마나 빨리 던져야할까요? 라는 핑계로(?) 이차방정식 9.8t^2-2v_0t+60=0이 근을 가져야한다. 그러려면 v_0^2-588이 양수여야한다. 처음 속력이 어느 정도되면 30미터 올라갈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어. 라는 식으로 오늘 배울 판별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했다.

항상 수학 수업의 도입은 어려운 것 같다. 수학 이야기만 하자면 딱딱한 것 같고, 실생활과 관련짓자면 수학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유치함만 남는 일이 많다. 나는 수학은 수학 속에서 재미를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방식으로 흥미유발하기가 참 어렵다.

3.
학생들은 스스로 꽤 많은 걸 할 수 있다.

실근/허근의 뜻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으며, 근의 공식으로부터 판별식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다. 근이 나오는 형태에 따라 몇가지 이차방정식을 예시로 주고 근의공식으로 근을 구하게 하면, "왜 애는 실근이고 재는 허근이니?/언제 중근이 나오니?/근의공식에서 어디가 중요할까?" 물어보면 스스로 잘 만들더라. 애들이 꽤 잘한다.

4.
좋았던 순간

"서로 같은 두 실근(중근)"이라는 표현에서 "서로 같은 두 허근이 나올 수는 없을까요?"는 질문을 던졌는데, 꽤 좋았다. 예시를 금방 못 찾는 반에서는 "중근 일때 식의 특징이 뭐냐?"는 발문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x-i)^2=0같은 예를 바로 찾고, 계수가 허수라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걸 바로 말하더라.

그래서 "계수가 실수일때는 중근이면 꼭 실수이겠니?"라는 질문을 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는데, 시간을 좀 주니까 학생들이 "판별식이 근의 공식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려서 증명을 해냈다. 교과서에서는 계수가 허수일때 판별식에 대해서 굳이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하니까 판별식을 기계적으로 외우는게 아니라 근의공식이랑 연계해서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 몇몇 반에서 학생들이 계수가 허수일 때 판별식으로 실근/허근은 구분 못하지만 중근/서로다른두근 은 구분할 수 있는 것 맞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5.
아쉬웠던 점

몇몇 반에서는 진단평가를 하고는 채점을 시키고는 결과를 안 봤다..... 하... 한 반에서는 시간이 남았는데도 진단평가를 안 쳤다. 새로운 환경에 정신이 없나보다..

내가 정신이 없으니까 아이들도 그렇다. 좀 산만하달까? 수업 시작할 때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난 맘이 급한데!...

(판별식이 양수다)랑 (서로 다른 두 실근을 갖는다) 는 필충 관계인데, 학생들이 아직 명제를 안배웠는데 양쪽 관계가 다 성립한다는 걸 가르치면 괜히 혼란스러울 것 같아거 판별식이 양수"이면" 서로 다른 두 실근을 갖는다고 가르쳤는데, 알고 보니 이미 수2에서 필충을 배웠단다. 다은 시간에 오늘 내용 복습할 때 다시 알려줘야겠다. 함께 수업하는 다른 선생님과 교류?의 필요성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