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짐이: 선생님, 라디안(호도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뭐죠?
선생님: 왜? 불만이냐?
선생님: 그래서 90°를 100으로 보는 그레이디언트(grad)라는 단위도 있어. 그레이디언트로 나타낸 값을 100으로 나누면 네가 원하는 것처럼 90° 가 1 로 나타나게 되지. 하지만 라디안은 단순히 값을 나타내는 수를 적당한 크기로 조절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수가 등장하는 거야.
선생님: 물론 아니지만, 그것과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 없지.
따짐이: 흠. 뭔가 이유가 따로 있긴 있군요?
선생님: 수학에서 이런 귀찮은 환산까지 해 가며 수천 년 동안 쓰던 육십분법이 있는데도 호도법을 도입할 때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
따짐이: 물론 그렇겠죠. 그런데 그게 뭐냐는 거죠.
선생님: 삼각함수.
따짐이: 삼각함수? 삼각함수는 육십분법으로도 충분히...
선생님: 물론 일정한 각을 입력하면 일정한 값(비율)을 내놓는 역할만 할 때는 육십분법으로도 충분하지. 그리고 그 때는 대개 삼각함수라고 안 부르고 ‘삼각비’ 라고 불러. 10-나 단계(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있는 사인법칙, 코사인법칙, 삼각형의 넓이 구하기 등에서 사용되는 것은 삼각함수라기보다는 삼각비이지. 이 삼각비가 항해나 측량 등에 사용되어 온 바로 그것이야.
따짐이: 사인법칙, 코사인법칙, 항해나 측량, ... 이런 것들이 아니라면, 그 ‘삼각함수’는 대체 어디에 이용된다는 것이며, 거기라고 해서 라디안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생님: 삼각함수를 미분하거나 적분해야 할 때가 있어. 아니, 미적분이라는 분야에서 삼각함수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지.
선생님: 그게 바로 핵심이야. 미적분에서는 그런 비교를 전제로 하여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지.
따짐이: 어?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인가요?
따짐이: 음... 미적분 때문에 sin x 의 x 가 실수가 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바람직한 일이었다 이 말씀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왜 꼭 라디안이죠? 그냥 육십분법으로 했다면? 다시 말해서 new_sin(x) = old_sin(x°) 으로 정의하면 안 되나요?
따짐이: 그럼, 라디안은 삼각함수의 미적분 공식을 편리하게 나타내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는 말씀?
선생님: 그래. 원래 그것이 이유였어.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합리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말이야. 사실 육십분법의 도(°)는 완전히 임의로 정한 단위인데 비해, 라디안은 그 크기의 각을 중심각으로 하는 호의 길이와 반지름의 길이의 비로 정의되니까 아무래도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겠지.
따짐이: 라디안은 각을 실수로 나타내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그게 맞는 말일까요?
선생님: 별로 맞는 말 같지는 않은데? 그 말은 삼각함수의 정의역을 실수의 집합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말인 것 같은데, 네가 지적했다시피 그것은 육십분법이나 그레이디언트 등 다른 단위를 통해서도 할 수 있지. 다만 라디안을 통해서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합리적이어서 선택된 것이야.
따짐이: 미적분이 뭐길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단위까지 만들어가며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건지...
선생님: 그것이 좀 문제이긴 해. 학문적으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인데, 그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수학이나 물리 같은 학문에서 등을 돌리는 결과가 되는 일이 종종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런 학문들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지? 라디안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눈앞에 펼쳐질 새로운 세계를 생각할 줄 안다면 말이야.
출처: http://www.mathlove.co.kr/board1/show.php?category=zzam5&listno=16&page=2&scategory=1&seq=16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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